230214 후쿠오카
2023. 2. 20.여기
2023년 2월 14일부터 19일까지, 3박 4일 동안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일본을 간 적은 수없이 많지만, 이번 여행을 나의 첫 일본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여행을 함께해 준 이는 당연히 은별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함께 일본을 가자고 약속했었는데, 입시와 개같은 코로나 때문에 7년만에서야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서로가 '일본 여행은 꼭 너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여행이다.


원래는 12시 비행이었는데, 운항 사정으로 오후 2시 40분까지 지연됐다.
11시까지 은별이와 만나기로 해서 17,000원이나 하는 공항 버스를 타고 먼저 공항에 도착.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신한은행 창구에서 환전 수령을 하고 은별이를 기다렸다.
오랜만에 오는 공항~
개인적으로 어릴 땐 공항에서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는데, 이젠 그 냄새가 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은별이를 만나자마자 탑승권을 발권하고 수하물을 부쳤다. 두근두근
그 후에 밥을 먹고,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썸머소닉 티켓팅을 하고,
출국 심사를 받는 도중에 썸머소닉 티켓이 매진 됐음을 알고,
면세점을 둘러보는 와중에 썸머소닉의 취소표를 구하고,
일본으로 비행!
일본에 도착하고 입국 심사를 받으면서 처음 느낀 점은 일본의 공항 직원들에 노인이 많다는 점이다. 일본은 정말 초초초 고령화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 여기저기서 근무하고 계셨다. 한국에서 출입국 도우미나 심사관이 백발의 어르신인 건 상상이 안 가는데 말이지. 우리나라도 노령층의 일자리 확대와 관련 인식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새삼 느꼈다.

비행기 지연으로 인해 4시가 넘어서야 후쿠오카 공항을 나왔다.
비행 동안 목이 너무 말라서 공항 내 있던 세븐일레븐에서 음료를 샀다. 일본에서의 첫 소비는 (지성이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오후의 밀크티!
천 엔을 넣었더니 거스름돈으로 동전이 와르르르 나오는데 조금 당황했다. 뭔가 빠르게 계산하고 빠르게 정리하고 나와야 할 것 같다는 한국인의 압박에 동전 정리도 못 한 채 냅다 지갑에 넣고 도망....
일본 여행을 하면서 놀랐던 점 중 하나가, 일본인들은 이럴 때 여유롭게 기다려준다는 점이었다. 버스를 탈 때도 멈추고 나서 천천히 일어나고, 앞사람이 동전을 정리하거나 물건을 담을 때도 넉넉히 기다려준다. 우리는 괜히 스스로 조급하고 눈치 보여서 빨리 정리하기 바빴는데, 사실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듯. 조금만 굼뜨고 헤매도 눈치 주는 우리나라는 일본의 느긋함과 여유로움을 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항에서 우리가 갈 첫 행선지는 다자이후!
공항에서 다자이후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는데, 직원분이 정말 귀엽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던 게 기억 난다.
아직 일본 돈을 다루는 게 서툴러서 아리송한 표정으로 동전을 세고 있었는데, 공항 직원분께서 정말 해사하게 함께 동전을 세주시곤 "데끼따!(됐다!)"라며 해맑게 외치셨다. 덕분에 우리도 민망하지만 귀엽게 웃을 수 있었다. 버스 안내를 하거나 관광객들을 응대할 때도 밝고 큰 목소리로 안내해주시는 모습이 정말 귀엽고 친절하셨다!
일본인들은 왤케 야사시이할까...ㅠ_ㅠ


그렇게 무사히 다자이후 도착!



다자이후는 이런 분위기.
우리가 다자이후에 도착했을 때는 5시 가량이었는데, 우리가 타고온 버스가 막차였음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떠나고 상점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래서 아쉽게도 상점과 길거리 음식을 접하진 못했지만, 난 그대신 그보다 더 의미 있는 풍경과 감성을 보았다.
딱 해질녘이었어서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사람도 많이 없었고 -- 다자이후 특유의 일본스러운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리는 시간대에 우리가 다자이후를 걸었다. 동네가 넓지 않고 골목이 예뻐서 걸어다니면서 구경하기 정말 좋은 곳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를 걷고 있는데, 한 일본 남고딩 무리가 갑자기 우리보고 "사랑해요!!!!!" 라고 외치고 갔다...
난 우리를 놀리는 혐한 같은 건 줄 알고 찌릿-_- 한 표정으로 돌아봤는데, 은별이가 쟤네가 우리보고 사랑한다고 했다더라. 어색하게 손 흔들고 갈 길 갔다.... 어쩜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잼민이들은 똑같은지

다자이후를 걷다 보면 텐만궁이 나온다!
학업의 신을 모시는 신사라서 일본에서도 수험생들이 많이 방문한단다.
우린 이미 입시를 마친 대학생이지만, 신사 내가 너무 고즈넉하고 아름다워서 천천히 거닐며 분위기를 즐겼다.
아-- 일본에 왔구나! 싶었던

연초에 신사를 왔으니 꼭 해야 할 오미쿠지!!
나는 무려 "대길"!!!!!!!이 나왔다.
서투른 일본어로 요미가나를 하나하나 읽어나갔는데, 옆에서 일본 여고생들이 유창한 일본어로 오미쿠지를 읽으며 대화하는 걸 들으니 괜히 민망했다. 아무튼! 잘 될 거지만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고, 대인관계에 정성을 들이라고, 힘든 일도 기쁜 일도 교차할 거라고, 뜻밖의 직업을 접하게 될 거라고 하더라!
이번에 휴학을 하면서 거의 처음으로 온전히 스스로 내 일상을 가꾸어 나가게 되는데 이렇게 좋은 운세가 뽑혀서 기분이 좋았다. 집까지 소중히 모시고 왔음ㅎㅎ

일본은 벌써 홍매화가 폈더라고요

신사를 둘러보고 나오니 해는 거의 저물어 있고 가로등이 켜져 있던 다자이후 거리.
사람이 정말 거의 아-무도 없어서 마치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온 듯했다.



사람도 차도 거의 없어서 사진도 마음껏 ㅎㅎ


밤에 다자이후를 오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되는데, 밤의 다자이후는 이렇게나 예쁘다.
어떠한 필터도 보정도 없이 이런 사진이 나올 만큼!
다자이후 외곽을 거닐다가 하교를 하는 여고생들을 봤는데, 정말 내 로망 속 일본 여고생들 자체였다. 둘셋이서 세라복을 입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 꺄르르 웃으면서 걷고 있더라.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면 그 친구들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부러웠다. 경쟁과 입시에 찌든 무채색 인간은 일본 고등학생들의 치기 어린 청춘이 너무 부러워


다자이후를 구경하고 숙소가 있는 텐진으로 이동.
후쿠오카 지하철, 특히 다자이후를 시점으로 삼는 전철은 정말! 아날로그하다. 어느 정도냐면 기관사 분이 문밖으로 나와 승객을 살피고, 직접 안내 방송을 하시고, 출발 전에 기적을 울린다. 기적 소리 날 때 우리 둘 다 눈이 동그래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사담이지만 일본 전철은 그 특유의 냄새가 너무 좋다.... 아날로그와 레트로함을 향으로 만들면 일본 전철의 공기가 될 듯

회전초밥집 '스시킨'
멧챠 배고픈 상태에서 들린 회전초밥집. 패드로 주문해서 슝 하고 배송되는 요즘 회전초밥집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주워 먹는(?) 찐 회전초밥집이다. 접시마다 가격이 다른데, 우리도 모르게 계속 우리가 집은 접시의 가격을 확인하게 됐다. '히익 야 이거 하나에 5500원이야..'
그런 우리 스스로가 너무 촌스럽고 구차해서 결국엔, "야 우리 접시 보지 말고 먹고 싶은 거 그냥 먹자!"
제일 맛있었던 건 역시 550엔짜리 참치.............. 정말 맛있었다.
입속에서 사르르 녹는다는 게 이런 걸까? 하 또 먹고 싶어

난 아직 더 먹을 수 있지만! 은별이는 배부르다고 하고 편의점 주전부리도 먹을 거라 여기까지.
이게 스시를 먹으면 먹을수록 쌓이는 접시에 왠지 승부욕과 자존심이 불타오르게 되는데, 더 높게 쌓지 못해 아쉽다.
다음에 가게 되면 진짜 푸파 제대로 하고 싶다.
그렇게 스시를 먹고 근처 숙소로 이동.
홍대만큼은 아니지만 텐진에도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홍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 한 명이... 내 취향의 덥수룩 머리를 하고 있길래 '엇?'하고 보게 됐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본 얼굴이... 야마자키 켄토 닮았더라. 띠발
물론 내 착각이겠지 켄토 정도의 얼굴이 텐진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을 리 없잖아. 그런데도 순간 너무 놀라서 '헉 뭐야... 역시 난 일본 오토코가...' ㅇㅈㄹ

첫째날의 일본 주전부리~
스시 때문인지 생각보다 땡기는 게 없었고, 배고픔보다는 피로가 더 컸다.
다음날은 아주그냥 아주아주 돌아다닐 거기 때문에 일찍 취침!
실제로 둘째날은 정말 여러모로 내 자신이 미쳤나 싶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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